[계간 지심] 10분 사유- 화롯불 사유법

[계간 지심] 10분 사유- 화롯불 사유법

 

화롯불 사유법

 

명상은 모든 생각이 고요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명상은 올바른 사유를 통해 가능합니다.
사유는 명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불경은 명상으로 통하는 사유법이 가득합니다.
명상에 이르는 불경 속 10분간의 사유법을 소개합니다.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부는 어느날,
보일러에 장작을 넣다가 스승님께서 알려주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유법 한 가지를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준비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상상력만 필요합니다.
눈을 감고 제 이야기를 따라 가만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눈이 내리는 마당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바람 한 점도 없이 소복이 쌓이고 있는 눈을 바라봅니다.
내 앞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이 담긴 작은 화로가 있습니다.
화로 가운데 잘 피어있는 숯불에서 뜨거운 아지랑이가 오릅니다.

 

하늘에서 눈은 쉬지 않고 내립니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작고 가벼운 눈송이는
뜨거운 화로의 숯불 위에도 내려앉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눈은 숯불에 닿기도 전에 수증기로 변해 사라집니다.
나는 숯불 위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그리고 족족이 사라지고 있는 눈송이를 바라봅니다.
눈송이는 영원히 숯불에 닿을 수 없습니다.

 

타오르는 숯불은 바로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숯불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는 우리의 생각들입니다.
우리의 생각들은 화로를 향해 떨어지는 눈송이처럼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향해 끝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은 한 찰나도 머물러 있지 못합니다.
생각이 내려앉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지만,
지금은 매 찰나 과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 나의 생각들은
과연 지금이라는 시간에 닿을 수 있을까요?
혹시 숯불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눈송이처럼
생각은 지금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내 생각을 붙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닐까요?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도, 하늘이 파랗다는 생각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모두 지금이라는 이 순간 위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 번도 우리의 생각은 지금에 닿은 적이 없이
벌써. 이미. 과거로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내 생각은 언제 존재하는 걸까요?
생각이 정말 내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 사유법은 생각의 사연 속에서 벗어나
어떤 생각이든 찰나에 사라지고 있다는 무상법無常法을 증명하는 관법觀法입니다.
짜증이 나거나 외롭고 슬플 때,
이 모든 생각은 화로에 떨어지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눈송이처럼,
나에게 닿기도 전에 이미 과거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하여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수행법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언제 어디서든 관법 하나로 완전한 자유와 평온을 되찾는 수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10분사유, 계간지심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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